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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가자가자대학박물관 연재8] 단원그림이 우리게게 만만한 이유는?

2006-06-12 11:49:00
조회 9377
'이성산성 발굴 20주년 기념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한양대박물관에는 흥미로운 상설 전시물도 많다. 구석기 고고유물을 비롯해 근현대 도자·회화류까지 다양한 소장품 중 특히 눈에 띄는 이른바 한양대박물관의 '얼굴 마담'을 소개하는 것으로 '한양대박물관 재미있게 보기'를 풀어가고자 한다. 

사실 도슨트(docent,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전시물을 설명해주는 전문 안내인)의 도움을 받으며 각 박물관의 대표 유물을 살펴보는 것에서 벗어나, '스스로 재미를 발견하며 박물관을 찾는' 습관을 차츰차츰 들이는 것은 생각보다 아주 쉽다. 대학에서 이 분야를 전공했어야 할 당위성도 없고 전문가일 필요도 없다. 오직 필요한 것은 문화에 대한 깊은 관심과 사랑 뿐. 

전문가들이 주로 박물관을 찾던 것은 옛날 얘기다. 모든 박물관의 주인은 일반 시민이며 박물관은 시민의 놀이터다. 돈을 적게 들이고 고급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박물관을 찾는 습관을 몸에 붙이는 것은 가장 확실하고 빠른 재테크 겸 문화테크의 길이다. 

이야기 같은 8폭의 그림 - 경직도

  

▲ 단원의 경직풍속도(耕織風俗圖) 8폭 병풍 중 7번째 그림의 아래쪽 절반 확대도. 

ⓒ 곽교신
 우리가 아는 고서화 중에서 단원 김홍도의 그림처럼 만만하고 친근한 것도 드물다. 서당에서 훈장에게 혼나고 돌아앉아 훌쩍거리는 아이 그림으로 교과서에서 친근해졌고 어른이 되어서는 술집 벽에서도 가끔 만날 수 있는 게 단원의 작품이다. 그래서인지 어쩐지 잘 아는 그림이요, 잘 아는 화가인 것 같은 유쾌한 착각을 하게 된다. 

단원의 그림이 편하고 만만한 이유는 주변에서 흔히 보인다는 것 외에도 그림을 뜯어보면 뜯어볼수록 웃음을 머금게 하는 해학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단원은 벼슬살이를 하는 궁중 화가인 도화서 화원 출신임에도 기층 민중의 일상 생활을 즐겨 그렸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소재와 구도였다. 민족 그림의 한 부분을 개척한 단원을 한양대박물관에서 만나니 옛 친구를 만난 듯 반갑고 친근하다. 

한양대박물관이 소장한 김홍도의 '경직풍속도'(경직도)는 8폭 병풍이다. '경직도' 역시 단원 그림의 냄새를 물씬 풍긴다. 자세히 뜯어볼수록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의 행동 묘사에 빠져든다. 그림을 본다기보다 이야기책을 읽는 듯한 착각을 하게 된다. 또 그의 그림 이야기에는 반전의 해학이 있어 '그림 읽는' 재미를 더한다. 

예시된 그림은 '경직도' 7번째 그림의 아래쪽 절반을 확대한 것으로 모내기로 바쁜 농촌 모습을 담고 있다. 모 심는 농군들의 바쁜 손놀림, 머리에 새참을 이고 부지런히 나가는 아낙의 모습이 보인다. 

'고양이 손도 빌린다'는 바쁜 와중임에도 철없는 소년들은 미꾸라지를 잡을 요량인지 채를 들고 둠벙에 들어가 있다. '바쁜 농부'와 '노는 소년'이라는 반대 이미지를 하나의 그림에 매끄럽게 담은 단원 특유의 반전 해학을 보며 큰 민족화가였던 단원의 풍모를 다시 한 번 느껴본다. 

부분도의 상단 오른쪽 나무 밑에는 쉬고 있는 사람이 있다. 이런 경우 등장인물로 그려 넣어지는 건 대개 갓을 쓰고 긴 담뱃대를 물고 앉아 일꾼들의 몸놀림을 감시하는 지주(양반계급)다. 

그러나 이 그림에서 쉬는 사람은 차림새로 보아 농부가 분명하다. 정감 있는 그림에 굳이 양반 계급을 그려 넣고 싶지 않았을 단원의 의도적인 배려가 아닐까 추측해 본다. 

이렇게 병풍 한 폭을 찬찬히 뜯어보려면 대략 10분 정도 걸리니 전시된 4폭을 다 보면 30~40분은 훌쩍 지나간다(작품이 빛에 손상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체 8폭을 한꺼번에 펼치지 않고 4폭씩 교대로 펼쳐놓는다). 

오로지 한 작품을 보려고 특정 박물관을 찾게 될 때 그야말로 박물관 마니아가 되었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박물관 마니아가 되는 길은 생각보다 멀지도, 험하지도 않다. 준비물은 오로지 하나, 지극한 관심과 사랑이면 충분하다. 

작자 미상의 명품 화각함 

 

▲ 화각함. 73 x 41 x 30 

ⓒ 곽교신 

화각공예는 쇠뿔을 종이처럼 얇게 저며서 주로 목제 기물(백골이라 함)에 붙여 장식하는 전통 공예기술이다. 화각공예는 예물함, 필통, 반짇고리 등 소품부터 화장대 장롱을 장식하는 데까지 활용됐다. 재료가 귀하고 손이 많이 가서 궁중과 사대부의 고가 사치품으로 귀하게 다뤄졌다. 

한양대박물관의 화각함은 정교함과 바탕 그림의 현란함에서 가히 국내 최고 수준이다. 다만 화각공예품의 생명인 그림이 부분적으로 퇴색된 것이 아쉽다. 화각공예는 천연 재료인 쇠뿔을 사용하기 때문에 변질되기 쉽다는 게 큰 흠이다. 

 

▲ 화각함 뚜껑 윗면 일부분. 화각공예에 그려지는 그림은 전문 화공의 그림보다는 민화분위기를 많이 낸다. 

ⓒ 곽교신 

한양대박물관이 소장한 화각함은 전통 화각공예의 진수를 느끼는 데 부족함이 없다. 이 화각함은 2005년 11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회의 때 부산시립미술관에 대여, 유물로 전시되어 극찬을 받은 바 있는 귀하신 몸이다. 

한양대 대표 유물이 될 자격이 충분한, 잘 생긴 능화판 

 

▲ 능화판. 능화판은 책표지를 인쇄하기 위한 일종의 인쇄 원판이다. 92.5 x 47.5 x 1.7 

ⓒ 한양대박물관 

능화판(책 표지에 무늬를 찍을 수 있게 만든 판)을 보는 기자의 눈은 놀라움으로 가득 찼다. 한양대박물관이 소장한 능화판은 보기 드물 정도로 규모가 크다. 조각 또한 뛰어나서 복잡한 만자(卍字) 사방연속 무늬 곳곳에 칼집을 낸 솜씨가 예리하고 정확하다. 

능화판은 칼집이 어슷하고 삐뚤빼뚤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목판 자체가 목적물이 아니라 인쇄물을 찍어내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능화판은 판 자체가 정갈하고 아름답다. 칼집 매김이 예리하고, 파낸 각도가 기계로 파낸 것처럼 일정하다. 능화판이 주로 사찰에서 만들어진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아마도 어느 수도승이 참선의 한 방편으로 남긴 대형 능화판이 아닌가 여겨진다. 

기자는 '이 능화판을 한양대박물관에서 발행하는 모든 인쇄물의 바탕 문양으로 사용하여 한양대박물관의 얼굴마담으로 대접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제의를 하기도 했다. 한양대박물관에 가면 꼭 눈여겨봐야 할 만큼 귀한 유물이다. 

'고고유물 쉽게 풀어내기', 모범적인 사회교육 사례 

'한양대박물관의 역사는 고고유물 발굴의 역사'라고 할 만큼 한양대박물관은 발굴 분야에서 많은 공을 세웠다. 발굴 현장을 자기 집으로 생각한 열정적인 고고학자이던 김병모 전 관장이 20여 년을 연임하며 박물관의 기틀을 잡았고, 역시 발굴현장에서 고고학의 틀을 세운 배기동 현 관장이 대를 이어가며 '발굴박물관'의 면모를 이어간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일반인으로서 주목할 것은, 한양대박물관이 고고학을 학자들에게 국한하지 않고 일반인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존재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점이다. 

한양대박물관은 일반인을 위한 답사 코스에도 발굴 현장을 꼭 끼워넣는데, 이는 다른 박물관에서는 보기 힘든 일이다. 관련 전공자가 아닌 일반인들이 의외로 발굴을 재미있어할 뿐 아니라 '발굴현장 답사가 재미있어 거듭 참가한다'는 사람들이 많아서 차츰 회수를 늘려가는 중이라고. 

따라서 한양대박물관에 가면 쉽고 재밌게 설명된 고고유물을 특별히 주의 깊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성산성 발굴 20주년 기념전'도 고고학이 얼마나 쉽고 재미있는지를 일반인에게 알리는 데 의미를 둔 특별전이다. 

고구려의 목제 인물상, 요고(장구의 원형), 얼레빗 등이 실물로 전시되어 있으므로 눈여겨볼 일이다. 이런 유물들은 보존 문제 때문에 특별전이 아니면 실물을 보기가 힘들다. 

고고유물 발굴 현장은 수천년 전 우리 역사가 그대로 담긴 타임머신을 찾아내는 현장이다. 이를 감안할 때, 한양대박물관의 '고고유물 쉽고 재밌게 풀어내기'는 특별하고도 바람직한 사회 교육의 좋은 예로 여겨진다. 

관련 
기사 - 나도 인디아나존스가 되어볼까 



* 한양대박물관은 지하철 2호선 한양대역에서 도보로 3분 거리이며, 월~금요일 10:00~17:00까지 무료 개관합니다. 

* 6월 3일 이성산성 발굴지 답사가 성황리에 진행됐다고 합니다. 다음 답사는 6월 10일과 24일입니다. 두 번 남았네요. 한양대박물관 홈페이지에서 미리 신청을 하셔야 할 듯합니다. 참가비는 왕복교통비 오천원(개인 부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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