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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가자가자대학박물관7] 나도 인디아나존스가 되어볼까

2006-05-22 10:05:00
조회 9452
1979년 독립건물을 짓고 개관한 한양대학교박물관은 대학박물관의 후발주자로서는 비교적 내실이 있다는 평을 듣는다. 특히 한양대박물관이 유적 발굴에 바치는 열정은 남다르다고 할 수 있는데, 5월 19일부터 6월 30일까지 열리는 <이성산성 발굴20주년 특별전>도 역시 한양대박물관 냄새가 진한 눈여겨 볼 전시회다. 

 

▲ 이성산성 복원 모형. 현재 30% 정도만 발굴된 자료를 기초로 제작된 모형이기는 하나 산성 전체 윤곽을 그려보는 데는 무리가 없다. 

ⓒ 곽교신 

우리나라는 유적 발굴에서조차 '빨리빨리'에 충실했었다. 그 극치는 1971년 여름 단 하루 밤 사이에 유물 수습이 완료된 백제 무녕왕릉이다. 가치를 계량하기 힘든 귀하디귀한 유물을 공사장 잔토 정리하듯 삽으로 떠서 마대 자루에 퍼 담았으니, 백제 역사의 중요 물증들을 무덤에서 꺼내 학자들 손으로 박살낸 것이나 다름없었다. 발굴이 아니라 도굴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평까지 있었다. 

이런 치욕적 과거 사건을 생각하면, 일개 대학박물관이 단일유적지를 20년이라는 장기간에 걸쳐 끈질기게 발굴 조사하고 있는 것은 예사로 넘길 일이 아니다. 현재의 진척도라면 이성산성의 완전 발굴에는 앞으로도 사십 년은 족히 걸릴 것이라는 배기동 한양대박물관장의 말이다. 발굴을 시작하던 1986년에 태어난 아이가 한양대에 입학하여 발굴팀에 합류했다니 이 또한 재미있는 기록이다. 

일반인이 특별전을 주목할 진짜 이유 

그러나 이 전시회가 주목받아야 할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누구에게나 쉬운 발굴 전시회'라는 점이다. 그 동안의 유적 발굴 전시회는 전문가들을 초빙해서 토론하는 학자들 집안잔치가 전부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 이번 특별전은 '초등학교 4학년이 이해가 안 되는 발굴 보고서는 보고서로서 가치가 떨어진다'는 배 관장의 평소 생각대로 쉬운 고고학, 재미있는 고고학의 본보기를 보이는 특별전이다. 고고학자나 전문가들보다는 비전공 학생, 일반인을 많이 배려한 이 전시회는 당연히 쉽고 재밌다. 일반인으로선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 사진과 실물을 적당히 결합해 현장감을 살린 성벽 모형. 큰 비로 산성 골짜기에 굴러 내린 돌들을 실어왔다고. 

ⓒ 곽교신 

전시 주제도 현재까지의 출토된 유물 유구(遺構. 옛 건축 흔적)를 바탕으로 당시 이성산성을 생활 근거지로 삼던 사람들의 생활상을 추측해보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가능하면 진열장 전시를 피하고 관람객이 손으로 만져보는 감각적 전시를 위해 애쓴 흔적이 많이 보인다. 

산성 골짜기에서 실어온 돌을 위의 사진처럼 쌓아서 산성에 온 듯한 현장감을 준다. 한 편에는 산성을 쌓았던 돌멩이 실물을 놔두고 관람객이 직접 들어보게 하여 축성 당시 인부들의 노고를 짐작해보게 했다. 

오늘날 장고의 원형인 '요고'의 실물크기 복원품도 전시하여 관람객이 직접 두드리며 소리를 들어보게도 한다. 또 유물 모조품을 적당히 흙에 감춰 두고 관람객이 붓과 손으로 흙을 헤쳐보게 해서 직접 유물을 발굴하는 기분을 느끼도록 할 계획이란다. 

한양대박물관의 이런 배려는 '고고학자=인디아나존스'가 고고학 상식의 전부일 평범한 방문객들에겐 신선한 경험이 될 듯하다. 

배 관장은 "자신의 뿌리를 궁금해 하는 것은 본능이다. 발굴현장에서는 우리 역사의 뿌리가 무수히 발견된다. 그 뿌리를 단서로 역사를 추적하는 일은 퍼즐놀이와 같다"는 말로 고고학이 흥미진진한 학문임을 강조한다. 

전시 기간 중에는 관람객과 함께하는 이성산성 방문 프로그램도 있다고 한다. 도슨트(전문해설자)의 해설을 들으며 1500여년 전 삼국시대 고성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가는 재미가 쏠쏠하리라. 

아직 용도를 밝혀내지 못한 산상마을, 이성산성 

이성산성(二聖山城)은 경기도 하남시 이성산(해발 210 미터)에 있다. 성벽의 높이는 5m 내외, 총연장 1925m이며 내부면적은 약 4700평이다. 산성에 대한 역사서의 기록은 전혀 없으며 학계에선 백제가 쌓았다는 주장과 신라가 쌓았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1986년에 한양대박물관에서 발굴을 시작해 전체 면적의 30% 정도가 발굴되었으며 2000년에 성곽과 성 내부 전 지역이 사적 제422호로 지정되었다. 남한강(신라 영역)과 북한강(고구려 영역)이 합쳐지는 수상교통의 요지에 있으며, 동 서 남쪽은 산으로 막혀 있다. 따라서 방어용 산성으로서 입지조건이 아주 유리하다. 

그러나 단순한 방어용 교두보로 보기에는 출토된 유물과 유구가 상식적이지 않다. 무수히 많이 발견되는 기왓장과 육각 구각 십이각 건물터 등은 이 성을 방어용 진지로 해석하는데 의문을 품게 한다. 

한대박물관이 이번 전시의 주제를 <이성산성에 살던 사람들의 생활상>에 맞춘 이유도, 이성산성이 아직 밝혀내지 못한 특별한 목적을 가진 산상 마을이었을 것이라는 추측을 바탕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고구려 양식의 축성 흔적이 남아있으나 출토 유물은 대부분 신라의 것이다. 

그러나 산성이 위치한 곳은 바로 지척에 한성 백제의 몽촌토성이 있는 백제 영역이다. 이십년 동안 11차에 걸친 발굴에도 불구하고 백제성이라는 주장과 신라성이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는 것도 삼국의 흔적이 모두 발견되는 복잡함이 기본 이유다. 

 

▲ 요고(腰鼓). 오늘날 장구의 원형으로 밤나무로 만들었다. 전시장에서 복원품을 직접 두드리며 맑은 소리를 들을 수 있다. 

ⓒ 곽교신


  

▲ 당척(唐尺). 국내 최초로 발견된 고대의 자. 한 눈금이 약 3cm로 눈금 간격이 정밀하지는 않다. 

ⓒ 한양대학교박물관

  

▲ 목제인물상. 

ⓒ 곽교신 
11차에 걸친 발굴 결과 고구려 요고, 당척, 목제인물상, 목제사람얼굴, 얼레빗을 비롯해 3300여점의 유물이 발굴되었다. 특히 성내 저수지 바닥에서 출토된 먹글씨 흔적이 남은 나무 조각을 판독한 결과 이 성이 적어도 서기 603년 이전에 축성되었던 것임을 알게 되었다. 

저수지 터 바닥에 1500여년을 잠들어 있다가 세상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한 뼘 높이의 목제 인물상은, 부드럽게 다듬어진 전체적인 윤곽과 인물의 시선 처리가 미적 가치를 더한다. 

세련되지 않은 조각으로 미뤄 전문 장인의 솜씨는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마치 언젠가 만났던 기억이 있는 듯한 야릇한 정감을 느끼게 한다. 이성산성 주요 출토 유물들은 이번 특별전에 모두 실물로 전시된다. 

이번 특별전을 계기로 고고학이 비현실적인 과거를 헤매는 학문이 아니라, 지금의 우리 삶과 연결된 현실적이고 재미있는 분야라는 것이 알려져 우리 문화생활을 풍족하게 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는 한양대박물관 학예실의 당부다. 

"고고학은 쉽고 재미있는 퍼즐 게임"

  

한양대박물관 배기동 관장(문화인류학과 교수)은 국내에 몇 안되는 50대 고고학자 중의 한 명이다. 그는 줄기차게 "쉬운 고고학, 퍼즐처럼 재미있는 고고학"을 외치는 학자다. 

"초등학교 4학년이 이해 못하는 보고서는 보고서가 아니다"고 제자들에게 가르치는 배 교수이지만, 정작 그와의 대화는 어렵기 짝이 없다. 머릿 속에 든 어려운 것들을 쉽게 풀어내 전달하려는 배 교수의 노력이 어떠할지 짐작된다. 

배 관장은 한국대학박물관협회장을 겸하고 있다. 국공립박물관 사립박물관과 함께 우리나라 박물관의 3대 축을 이루면서 양쪽의 장점만을 모두 갖췄다고 할 수 있는 대학박물관의 사회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중시하며, 대학박물관 소장품들은 사회 공유의 문화 자산임을 강조한다. 

쉬운 박물관, 편안한 박물관, 문화 활동 중심이 되는 박물관을 주장하는 배 관장답게, 이번 전시회 개막일에는 전시 현장에서 실내악 연주회를 기획하는 '튀는 관장'의 면모를 보였다. 

배 관장의 바람은 고고학이 단순하고 재미있지만 일반인이 접근할 기회가 적었기에 어렵게 인식되었던 것이 이번 특별전을 계기로 조금이나마 바뀌는 것이다. / 곽교신 



한양대박물관은 지하철 2호선 한양대역에서 도보로 3분 거리이며, 월~금요일 10:00~17:00까지 무료 개관합니다. 

6월 10일, 24일(각각 토요일) 2회 실시하는 이성산성 답사 신청은 홈페이지에서 18일부터 받을 예정이며 왕복교통비(오천원 내외)는 답사객 부담이라고 합니다. 

다음 회에는 '한양대박물관 소장 유물 재미있게 보기'를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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