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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가자가자 대학박물관 연재3] 이대박물관은 봄맞이 유물잔치 중

2006-04-25 15:31:00
조회 9422
이대박물관은 봄맞이 유물잔치 중 
[가자가자 대학박물관 3] 이화여대박물관의 '2006 봄 전시' 
곽교신(iiidaum) 기자 

지금 이화여대박물관에서는 각기 다른 4개의 주제 아래 '2006 봄 전시'가 열리고 있다. 이대박물관 측은 소장하고 있는 3만여 점의 유물을 주제별로 선별해 '조선시대의 살림집'(-7.31) '나들이-계절에 따른 차림새'(-7.31) '전통 혼례의 차림새'(-6.3)와 현대미술전인 '여/성/공/감-함께 느끼는 여성이야기'(-5.4) 등으로 나눴다. 

상설전시관의 '조선시대의 살림집' 

상설전시관은 '거주 공간'과 '노동 공간'으로 나눠진다. 거주 공간은 남성 공간인 사랑방과 여성 공간인 안방으로 크게 구분됐다. 

귀한 유물들이라 할 수 없는데도 안방 유물을 보면 여인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고, 사랑방 유물에선 남정네 굵은 목청이 들리는 듯하다. 같은 유물을 누가 어떻게 전시하느냐에 따라 맛이 전혀 달라짐을 발견하게 된다. 같은 책을 몇 년 후 다시 읽을 때의 생소한 감흥과 같다고나 할까. 톡톡 튀는 전시 기획력은 이대박물관의 알파요 오메가다.

  

▲ 새가 올라 앉은 담뱃대 꽂이. 높이 62cm. 19세기. 

ⓒ 곽교신 
21세기 유리장을 뚫고 나오는 19세기 규방의 향내가 농밀하다. 화장용 분을 담았을 앙증맞은 화장합, 동백기름을 넣었을 유병, 침선용품 일습 등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그만이다. 

유물 보는 재미에 쏙 빠진 그런 순간조차 얼마나 오래된 귀한 유물이냐 따지는 것은 속물스럽다. 그럴 땐 그냥 보고 즐기는 게 최고다. 수첩에 뭘 적으려 할 필요도 없다. 

메모가 중요하긴 해도 모처럼 찾은 박물관에서 시도 때도 없이 메모질만 하다 나가는 어린이들을 보면 때론 가엾다. 눈이 즐거울 땐 그냥 눈 메모로 즐기는 것이 눈 호사다. 

서가 지필묵 끽연구 등 사랑방 유물들에선 아직도 꼬장꼬장한 19세기 헛기침이 들린다. 담뱃대 꽂이 윗고리에 앉힌 새는 솟대에서 힌트를 얻은 모양이다. 

솟대에는 부귀 무병장수 풍년 등 일반적인 기원의 뜻도 담겨 있지만, 과거급제 기원과도 맥이 통한다. 담배 피우면서도 과거급제 소망을 빌었나보다. 유물의 작은 단서로도 백 년쯤 순식간에 오고 가는 것은 박물관 탐방자의 특권이다. 

노동공간엔 입을거리와 먹을거리 제작 도구가 전시돼 있는데, 집안 노동력 제공자였던 고단한 옛 여성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기증전시관의 '나들이-계절에 따른 차림새'

  

▲ 세모시 적삼과 치마 

ⓒ 이대박물관학예실 
'나들이-계절에 따른 차림새'를 방문하니, 조선 후기와 근대의 계절별 외출복이 당시 입던 순서대로 전시돼 있다. 옷에 맞는 모자 신발 및 장신구까지 같이 전시돼 관람자가 옛 모습을 느낄 수 있게 배려했다. 야간 나들이 길을 밝히던 다양한 모양의 등롱도 눈길을 끈다. 아이들 호기심을 자극할 듯하다. 

더운 여름철 여성 복식의 최고 호사이던 세모시 적삼과 치마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치마에 떠오르는 쪽빛은 푸른빛이 있는 듯 없는 듯 우아하기가 그만이다. 

모시 속에 비친 여인의 실루엣이 결코 천박하지 않고 은은했으리라. 지금 그대로 입어도 첨단 패션 아닐까. 배꼽티의 얄팍한 자극과는 분명 격이 다른 것이니, 현대의 에로티시즘 미학은 조선보다 한참 후퇴한 것이 아닐지. 

담인 복식미술관의 '전통 혼례의 차림새' 

유물기증자의 호(號)에서 이름을 따온 담인 복식미술관은 이대박물관의 큰 자랑이다. 담인복식미술관은 특히 조선 후기와 근대 장신구의 다양한 소장으로 이름이 높다. 

 

▲ 금박 무늬 올린 면사 

ⓒ 담인복식미술관 
'전통 혼례의 차림새'에 전시된 전시물 중 '면사'가 눈을 끈다. 면사는 규방에서 곱게 지내던 신부의 몸을 신랑에게 처음 보이기 위해 혼례장에 들어가는 신부의 얼굴부터 몸까지 가리던 얇은 천이다. 결혼식 올리는 것을 일컬어 "면사포를 쓴다"고 하는 말의 유래이기도 하다. 

전시된 '면사'는 비교적 크고 금박 무늬까지 입힌 것으로 보아 여염집 규수가 썼던 면사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면사를 보면서 19세기 결혼과 오늘날 결혼을 생각해 본다. 수수한 '면사'의 의미와 소용은 없어지고 화려의 극을 달리는 '면사포'만 남은 21세기 결혼은 껍데기들의 만남이라며 진열장 안 면사가 한숨을 쉬는 듯하다. 

현대미술전시관의 '여성 공감-함께 느끼는 이야기' 

고전적인 박물관 개념만 가진 관람객이 2층에 있는 현대미술전시실을 보면 잠시 혼란스러울 것이다. 이대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현대미술품 중 주제에 맞는 작품이 전시되고 있는데, 소장 유물의 시간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이대박물관의 의도가 실감나는 방이다. 

 

▲ 강애란의 "COOL MIND" . 알미늄. 1998년작. 

ⓒ 곽교신 

전통과 현대를 한 공간에 몰아넣어 '쌩뚱'맞은 전시 방식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서너 작품을 둘러보다 보면 이대박물관의 뜻이 어렵지 않게 다가온다. 고전과 현대를 한 공간에 아우르는 이대박물관의 전시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런 시도를 경희대 박신의 교수(문화예술경영학과)는 "전통과 현대를 (긍정적으로) 충돌시키는 가장 적극적인 방식 가운데 하나"라고 표현한다. 전통은 박제된 문화덩어리가 아니며 현대는 전통의 이단아가 아님을 느껴볼 수 있는 좋은 공간이다. 

이대박물관의 저력, 도자편 자료실 

도자기를 빼놓고 이대박물관을 얘기하면 팥을 빼놓고 붕어빵을 말함과 같다. 도자기 역사 상당부분을 다시 쓰게 만들었던 이대박물관의 공적은 자타가 공인한다. 그 노력이 저장되어 있는 도편자료실은 이대박물관의 혼이라고나 할까. 

도편자료실을 여는 순간 자기 파편들을 수습하려고 흘렸을 땀 냄새가 진동하는 착각을 했다. 편수도 정확히 헤아리기 힘든 보물들이지만 규정된 열람신청만 하면 일반인도 열람이 가능하다. 

 

▲ 조선의 최고의 걸작 "백자철화포도무늬항아리" 국보 제107호. 높이 53.3cm. 

ⓒ 곽교신 
도자기 자료 중 '백자철화포도문항아리'는 그 한 점만으로도 이대박물관이 도자에 바친 애환을 보상한다고 할 만큼 걸작이다. 

도자기에 그려진 것으로는 흔치 않은 구도의 문인화풍 포도그림이 '희되 희지 않은 허무의 아름다움'이라할 조선 백자의 여백에 녹아 있고, 거기에 풍만하게 흐르는 허리선이 절묘하게 보태지며 보는 이로 하여금 소름을 끼치게 한다. 

높이가 53.8cm로 조선 백자 중 최고 명작으로 꼽히는 이 항아리는 국보 107호로 지정돼 있다. 올해는 이 항아리의 전시 계획이 없다고 한다. 

이대박물관은 전통 옹기(이른바 장독대 항아리)의 보존을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박물관장실이나 학예실에서 느껴지던 수수한 분위기와 일맥상통하는 것으로도 여겨져 재미있다. 

관람자로서 욕심을 부린다면… 

아쉽다면 주제에 비해 전시 공간이 다소 협소한 느낌이다. 전시실을 돌아본 후 느껴지는, 보다가 중단된 듯한 아쉬움은 관람자의 욕심인가. 4개의 복합 주제를 하나 또는 둘씩 세분하여 넉넉한 전시를 꾸몄으면 어땠을까. 

기대되는 특별전 <여성/일/미술> 

이대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 5월 24일 개막 예정인 <여성/일/미술>은 또 하나의 걸작전시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조선의 풍속화부터 근대 및 현대 미술까지 아우르며, 한국 여성 노동 문제의 역사성이 미술 작품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밝혀보겠다는 게 이대박물관 측의 의도다. 그 기획 의도가 또 한 번 "전통과 현대가 정면 충돌" 하는 것으로 추측되면서 한껏 기대를 갖게 한다. 

지금 진행 중인 전시는 특별전도 기획전도 상설전도 아니라는 박물관 측의 말에, '특별기획성 상설전'이라고 이름 붙이면 어떻겠냐고 되묻다가 함께 웃었던 취재 에피소드는, 이대박물관의 성격과 이대박물관의 전시 기획 색깔을 상징하는 일이 아닐지…. / 곽교신 



또 유물의 이름만 진열장 모퉁이에 붙인 것 외에 개별 설명이 부족하다. 도슨트 해설로 관람을 도와준다고는 하지만 개인 관람자를 도슨트가 일일이 따라다니며 설명한다는 것은 무리로 보인다. 

그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이대박물관은 역시 대학박물관의 보배다. 2003년에 모 신문사 설문조사에서 최고의 대학박물관으로 선정되었던 게 공연한 일이 아니다. 

단 2회의 기사로 섬세하기가 '여자'같은 이대박물관의 맛과 멋을 다 표현하기는 힘들다. 박물관을 구성하는 인적 물적 인프라를 대충만 봐도 듬직한 맏며느리 같다. 그 맏며느리가 바지런히 유물의 다락방을 드나들며 기획의 주방에서 전시라는 요리를 만들어 어떤 맛으로 관람자의 문화 시장기를 채워줄지 사뭇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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