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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가자가자 대학박물관6] 현대미술 고대박물관에서 한판 붙다.

2006-05-11 12:11:00
조회 9618
 

▲ 고대박물관 특별전시실 외벽을 핑핑 날아다니는 아토마우스(아톰+미키마우스). 이동기의 작품. 어린이날에 맞춰 오픈한 <상:상의 힘> 특별전은 박물관을 찾아온 어린이들로 북적거렸다. 

ⓒ 곽교신 

위의 사진은 만화가게 유리창이 아니다. 고려대박물관 특별전 <상:상의 힘>이 열리는 특별전시실을 밖에서 찍은 것이다. <상:상의 힘>은 현대 설치미술전이다. 미술관이 아닌 고대(高大)박물관에서 고대(古代)와 현대(現代)가 한 판 붙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전혀 살벌하지 않은 즐거운 한 판이다. 

 

▲ 김학민 작 <미미크리>. 게임캐릭터가 당당한 전시물로 박물관 유물과 한 판 붙었다. 

ⓒ 곽교신 


어른 키 만한 게임 캐릭터들이 서있고 비디오아트 작품 액정모니터에서는 어떤 여자가 계속 괴성을 질러댄다. 최광식 고대박물관장도 "저 여자는 뭐라고 자꾸 그러는 거예요?"하며 영 모르겠다는 투다. 서은원 학예부장은 "유물의 이름과 용도를 몰라도 현대미술보다 차라리 고대 유물이 이해가 더 쉽겠다"고도 한다. 

개막식에 미술평론가 입장으로 참석했던 유홍준 문화재청장도 축사에서 "고대(古代와 高大를 혼합한 의미인 듯)박물관에서 <상:상>이란 현대미술전을 개최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는 말로 전시의 신선함에 의미있는 말을 던졌다. 

박물관들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 <지켜보다/자아>. 175X231. 문범강 작. 

ⓒ 곽교신 
특별전시실을 다 둘러보고 나면 여기가 박물관이라는 사실은 아예 까맣게 잊고 홍대앞 인디아트 카페에 들어온 착각을 하게 만든다. 선조의 유물이 고고하게 모셔진 박물관에서 초현대 설치미술전을 열었다? 그러니 요즘 대학박물관들 참 웃기는 짬뽕이다? 

아니다. 그럼 대체 고대박물관의 의도는 뭘까? 

<상:상의 힘>에 특별히 튀는 기획 의도는 없다. 요즘의 박물관이 추구하는 전시기획의 새 방향일 뿐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를 쫒아가느라 꿈 꿀 여유도 없었던 우리들을 위해 마련한 전시"라는 최광식 고대박물관장의 개막 인사가 전시 의도라면 의도다. 박물관이 변하고 있다. 모 대학박물관에서도 비슷한 전시가 곧 개막될 예정이다. 

이 <상:상의 힘> 특별전은 박물관 3층의 현대미술전시실과 연결하여 감상하면 더 재미가 있다. 

박물관의 변화는 대학박물관만이 아니다. 국립춘천박물관의 경우 나이트클럽 웨이터 광고처럼 소형트럭 화물칸을 박물관 광고판으로 꾸며 시내를 돌아다니는 등 국립박물관의 권위적인 자세를 벗어버리자 관내 인구대비 입장객 수가 전국 최상위권을 넘나들고 있다고 한다. 무거운 이미지를 벗은 박물관을 국민들도 반기는 증거다. 

고려대박물관이 최초의 대학박물관이라는 고고함에 얽매이지 않고 "전통과 현대를 정면 충돌"(박신의. 경희대)시켜본 이번 전시는 5월 신록처럼 신선하다. 이해가 되고 안 되고는 둘째다. 무엇보다 '유물+현대미술'이라는 박물관의 전시 모양이 흥미롭다. 관람자 입장에서야 말할 것도 없이 "되게 신나고 재밌다"(어떤 어린이 관람자의 말). 

이 시대 박물관은 더 이상 정중하고 근엄한 곳이 아니다. 내 사는 동네의 대학박물관은 문화의 요술상자이며 그 주인은 모든 관람객이다. 그러므로 "박물관은 놀이터다!" (고려대박물관의 주장) 

역사민속전시실 재밌게 보기 

동궐도는 고려대박물관에 가면 유심히 볼 대작이다. 동궐은 경복궁 동쪽에 있는 창경궁과 창덕궁을 함께 이르는 말이다. 16권의 두루마리 화첩인 동궐도를 이리저리 살펴보면 마치 당시의 창경궁을 걷는 것 같아 20~30분은 훌쩍 지나간다. 궁궐을 하늘에서 내려다 보듯 묘사가 섬세해 그 재미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사진은 동궐도의 오른쪽 아래 부분도로 지난 달에 어떤 노인의 방화가 있었던 문정전 부근이다. 사진 중앙의 큰 건물이 문정전이다. 이렇게 유물을 최근의 일과 연결시키며 보는 것도 박물관을 재밌게 보는 좋은 방법이다.

  

▲ 동궐도(국보 249호.16첩을 펼친 것이 273 x 584)의 문정전 부근. 

ⓒ 곽교신

 70세 이상 된 노모를 모신 재신들이 잔치를 벌이는 모습을 그린 다섯 폭의 기록화 <선묘조제재경수연도>도 재밌다. 사진은 그 중 두 번째 그림의 일부분인데 이동 부엌인 '임시 조찬소'를 그린 것이다. 

자세히 보면 부엌일 하는 사람들 중에 여자는 한 명 뿐이다. 인기 드라마 <대장금>에서는 전부 여자가 요리하던데 이상하다? 물론 궁궐 수랏간과 임시 조찬소가 다르긴 하지만 드라마에 대해 매섭게 확인해 볼 건수가 생긴 것이다. 바로 이런 것을 발견해 내는 것이 박물관을 찾는 쏠쏠한 재미다. 

 

▲ 선묘조제재경수연도(宣廟朝諸宰慶壽宴圖). 각 24~26 X 34의 다섯 폭 중 두 번째 그림의 부분도. 

ⓒ 곽교신

 이밖에도 서울의 옛지도인 수선전도(首善全圖. 목판. 보물853호), 파평윤씨 출토복식유물, 화순옹주(영조임금 둘째 딸)의 원삼, 분청사기태호(탯줄 항아리. 국보177호) 등 눈여겨 볼 유물이 즐비하다. 

이들을 한꺼번에 다 볼 욕심보다는 한 번 방문에 두어 점을 깊이 느끼며 천천히 보는 것이 옳다. 어느 박물관이던 단 한 번 가보고 "거기 가봤습네" 하는 것은 눈 감고 코끼리 더듬은 경험을 말하는 격이다. 

고미술 전시실 재밌게 보기 

고미술 전시실에 전시된 다량의 불화와 도자기, 회화류도 숨이 막히도록 아름다운 미술품들인데 그 중의 몇 점을 보자.

  

▲ 정선의 금강산도. 28.1 X 33.7 

ⓒ 곽교신

 정선의 <금강산도>는 고려대박물관이 자랑하는 빼어난 작품 중의 하나. 작은 화폭임에도 묘사가 세세하여 보면 볼수록 그림 속에 빠지는 듯하다. 

학예실 관계자는 이런 그림 앞을 거닐며 연인과 뽀뽀라도 하면 얼마나 멋지겠냐며 감상의 비법(?)까지 귀띔한다. 흥에 취해 금강산도 앞에서 뽀뽀를 한다고 해서 천한 그림 감상법이 아니다. 문화유산을 아끼되 자기 식대로 즐겨야 좋은 감상이다.

  

▲ 김홍도의 <송하선인취생도(松下仙人吹笙圖)>의 부분도 

ⓒ 곽교신

옷 매무새를 가다듬으며 옛 그림을 경건히 쳐다보는 사람을 가끔 본다. 경건한 자세까지 탓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림에 위엄이 들어가 마치 그림이 벼슬을 하듯 느껴지면 그 때부터는 그림이 아니다. 

왼쪽 그림은 김홍도가 그린 <송하선인취생도>의 밑 부분이다. 늙은 소나무 아래서 도인이 국악기인 생황을 불고 있다. 

이 그림은 '장 피르(Gheorghe Zamfir. 팬플룻 연주자)'에 의해 팬플룻 열풍이 불 때 우리 선조는 이미 오래 전에 유사 팬플룻을 일상으로 애용했음을 필자가 주장할 때 단골로 인용했던 그림이다. 

팬플룻은 악기 구조상 화음 연주가 불가능하지만 생황은 화음 연주가 가능하다. 화음 뿐 아니라 그윽한 음향으로도 생황은 팬플룻보다 분명 한 수 위다. 연주가 어려운 탓에 최근엔 생황 소리를 듣기조차 힘드니 아쉽기 한이 없다. 

이렇게 생황 부는 그림을 보며 문화적 우월감에 빠져보는 것도 옛그림을 읽는 재미의 하나다. 그림을 근거로 박박 우기는데 어쩔 것인가. 

 

▲ 정약용의 <매화병제도(梅花屛題圖)>.흔히 '매조도'라 부른다. 1813년 작. 

ⓒ 곽교신 

아내의 헤진 붉은 치마에 얹은 사랑의 마음 

고려대박물관의 명품 <매화병제도>는 부부금슬과 가족애가 각별했던 정약용이 강진에서 유배 13년 되던 해에 남긴 그림이다. 다산이 딸에게 보내는 그림이지만 아직도 아내에 대한 사랑과 가족의 그리움이 매화 향기에 젖어 아련하다. 

이 그림의 바탕천은 부인 홍씨가 다산에게 보낸 헤진 치마 여섯 벌 중의 하나다. 치마를 보낼 때 부인 홍씨는 병환 중이었다 하니 지아비의 정이 더 그리웠을 터이다. 

멀리 있는 지아비가 그리워 시집 올 때 입었던 붉은 치마(다산은 이를 '하피', 즉 '붉은 노을빛 치마'라 했다)를 보낸 부인의 마음이 어떠했을까. 사랑하는 아내의 헤지고 빛 바랜 치마에 자식들의 그리움을 시화로 달랠 수 밖에 없었던 남정네의 마음은 또 어떠했을까. 

매화가 한창인 가지에 부리가 새빨간 작은 새가 몸을 붙이고 앉아 있다. 그러나 두 마리 새는 시선을 합치지 않았다.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을 그리워하는 애틋한 마음을 담았을 새 두마리의 시선을 합치지 않은 정다산의 깊은 속내는 무엇이었을까. 

'노을빛 치마'가 어떤 빛이었을까 곰곰 생각하며 박물관을 나오는 필자의 머리에 노을이 내려앉는다. 

고려대박물관의 당부와 뒷얘기 

 

▲ 어린이날, 백설공주로 분장한 도슨트. 

최광식 고려대박물관장은 10만여 소장 유물이 대학 소유가 아님을 취재 내내 거듭 강조했다. 선조의 문화유산을 고려대학교박물관이 위탁 관리할 뿐이란다. 지하철 고대역에서 3분거리이니 얼마나 좋으냐며 일반인도 자주 드나들며 문화 생활을 즐겨달라고 당부한다. 

서은원 학예부장은 "사람들 뜸한 사이에 정선의 금강산도(金剛山圖) 앞에서 키쓰를 하면 적당히 어둡겠다 얼마나 멋있겠냐"하고, 김예진 학예사는 "슬리퍼와 러닝셔츠 차림으로 박물관에 오는 지역 주민들이 박물관을 진정 즐기는 사람이라 생각한다"며 "마구 드나들라"고 말한다. 학예실 구성원부터 권위와 격식을 허물어버린 사람들임이 확연하다. 

극성스런 엄마들 덕에 박물관 교육프로그램마저도 '사는 집' 아이들 차지가 되는 것이 못마땅해, 동대문구 성동구 노원구 등 주변 지자체에 추천을 부탁해 문화혜택이 더딘 아이들을 박물관으로 초청하는 고려대박물관의 자세는 시사하는 바 크다.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제목은 어렵지만 강의 내용은 쉬운 문화강좌가 월 1회 열려 있고, 어린이 체험프로그램도 거의 무료로 열려 있다. 어린이 체험을 무료로 운영할 수 있는 것은 모 동문이 박물관에 희사한 3억을 종잣돈으로 한 이자를 활용하기 때문이라 한다. 박물관 예산이 넉넉한 것도 아닌데 고려대박물관의 배려가 아름답다. / 곽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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